이 글을 쓰는 게 조금 조심스럽습니다.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"에이전시 고를 때 이걸 보세요"라고 쓰는 건 이해충돌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요. 그런데 5년간 상담을 하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창업자분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. 결국 솔직하게 쓰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.
웹사이트에 돈을 쓰기 전에 정말로 알아야 할 것은 기술 스펙도, 플랫폼도, 가격도 아닙니다. 같이 일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입니다.
첫 번째 —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사람인가요?
웹사이트 제작 미팅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에이전시와 일하지 마세요. "레퍼런스 사이트 있으세요?", "메인 컬러가 뭔가요?", "로고 파일 주시면 시작할게요."
이 질문들이 나쁜 건 아닙니다. 필요한 정보들입니다. 문제는 이 질문들만 할 때입니다. 웹사이트를 만들기 전에 더 중요한 질문들이 있습니다.
"이 사이트에 들어온 방문자가 결국 무엇을 해야 합니까?",
"지금 가장 많이 들어오는 문의는 어떤 경로에서 옵니까?",
"6개월 뒤에 이 사이트로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 싶습니까?"
이 질문들을 하지 않는 에이전시는 당신의 사업을 이해하지 않고 만드는 겁니다. 디자인은 예쁠 수 있습니다. 그런데 예쁜데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사이트가 됩니다. 방문자가 들어왔다 나가도 문의가 없고, 구매가 없고, 예약이 없습니다. 그럼 그 사이트는 비싼 명함입니다.
이런 미팅이면 다시 생각해 보세요
첫 미팅 30분 만에 견적서가 나왔습니다. "저희는 이런 방식으로 합니다" 설명이 나왔습니다. 당신의 사업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었습니다. 이 에이전시는 당신의 사업을 이해하려는 게 아니라, 본인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빠르게 만들고 싶은 겁니다.
이런 미팅이면 계속 얘기해 보세요
"지금 고객이 주로 어디서 유입됩니까?", "이 사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행동이 뭐가 됩니까?", "경쟁사 중에 마음에 드는 사이트가 있습니까?" 이 질문들이 견적보다 먼저 나왔다면, 이 사람은 사이트를 만들려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겁니다.
두 번째 — 속도가 빠른 사람인가요?
속도는 단순히 납기를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. 반응 속도입니다. 연락을 했을 때 얼마나 빨리 답이 오는지, 수정을 요청했을 때 얼마나 빨리 반영되는지,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빨리 해결하는지입니다.
창업자에게 웹사이트 프로젝트 기간은 사업의 중요한 시기와 맞물립니다. 제품 출시가 다음 달인데 사이트가 3주째 같은 단계에 있다면, 그 시간이 기회비용입니다. 에이전시 입장에서는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. 창업자 입장에서는 지금 이 시점이 전부일 수 있습니다. 이 감각 차이를 아는 에이전시와 모르는 에이전시는 일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.
속도를 미리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첫 연락 단계에서 봅니다. 문의를 넣었을 때 답장이 얼마나 빨리 왔습니까? 미팅 후 자료 공유나 견적이 얼마나 빨리 왔습니까? 이 초기 반응 속도가 프로젝트 중 속도와 대체로 비슷합니다. 처음부터 느린 곳은 중간에도 느립니다.
"좋은 에이전시는 납기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납기보다 일찍 끝냅니다."
세 번째 — 소통이 진짜로 되는 사람인가요?
소통이 된다는 것은 말을 잘 한다는 게 아닙니다. 내가 원하는 것을 이해했는지, 이해한 것을 결과물에 담아낼 수 있는지입니다.
웹사이트 수정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생기는 문제가 이겁니다. 제가 "좀 더 세련되게 만들어 주세요"라고 했는데, 돌아온 결과물이 제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릅니다. 에이전시에게 물어보면 "저는 그렇게 이해했어요"라는 답이 옵니다. 그래서 수정이 수정을 낳고, 피드백 횟수가 늘어가고, 납기가 밀립니다.
이 문제는 창업자의 표현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. 에이전시가 이해한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이 없어서입니다. 좋은 에이전시는 내가 준 피드백을 받으면 바로 수정하러 가지 않습니다. "이렇게 이해했는데 맞습니까?"를 먼저 확인합니다. 이 한 단계가 수정 횟수를 절반으로 줄입니다.
소통이 안 되는 패턴
피드백을 드렸는데 답장이 없다가 며칠 후 수정된 결과물이 왔습니다. 제가 말한 것 중 일부만 반영됐고, 왜 그렇게 됐는지 설명도 없습니다. 다시 피드백을 드렸습니다. 이 과정이 다섯 번 반복됐습니다. 프로젝트 기간이 처음 예상의 두 배가 됐습니다.
소통이 되는 패턴
피드백을 드렸더니 "3번 항목에서 말씀하신 게 A 방향인지, B 방향인지 확인 부탁드립니다"라는 답이 왔습니다. 확인해줬더니 다음 날 수정본이 왔고, 요청한 것이 전부 반영됐습니다. 2라운드에서 최종 컨펌이 났습니다.
네 번째 —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
비즈니스 이해도, 속도, 소통. 이 세 가지를 이야기했는데, 사실 이 세 가지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 있습니다.
이 사람이 내 사업의 성공에 관심이 있는지입니다.
기술적으로 뛰어나고, 납기를 잘 지키고, 소통도 잘 되는데 — 내 사이트가 오픈 후 아무 성과가 없어도 자기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하는 에이전시가 있습니다. 반대로 기술이 완벽하지 않아도, 조금 느려도 — 이 사이트가 실제로 클라이언트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에이전시가 있습니다.
이 차이는 사이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드러납니다. 요청하지 않았는데 "이 CTA 버튼이 여기 있으면 놓칠 것 같아서 위치를 바꿨습니다"라고 먼저 말하는 사람인지, 그냥 요청한 것만 정확히 만들어주는 사람인지. 둘 다 나쁘진 않습니다. 그런데 전자가 훨씬 오래 함께 일하고 싶은 파트너입니다.
그래서 계약 전에 이것만 확인하세요

이 다섯 가지를 확인하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. 그런데 이걸 확인하지 않고 진행했다가 3개월 후 후회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. 포트폴리오가 예쁜 것과 일을 잘 하는 것은 다릅니다. 견적이 저렴한 것과 결과물이 좋은 것도 다릅니다.
웹사이트는 만들고 나면 오래 씁니다. 같이 일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결과물보다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. 적어도 처음 선택만큼은 신중하게 하시길 바랍니다.
"예쁜 포트폴리오가 아니라, 내 사업을 이해하는 파트너를 찾으세요."
이 글은 EasySpark 대표 허수진의 실무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.

